2026. 2. 9. 15:37ㆍ독서
제목 : 채식주의자
저자 : 한강
완독일 : 260209

이 책은 작년 말에 전역한 선임이 가지고 있던 책으로, 내가 책을 좋아한다길래 전역하면서 나에게 넘겨주고 간 것이었다. 김훈의 [15] 공터에서 이후로 소설책에 손이 잘 가지 않다가 오랜만에 꺼내 들어봤는데, 몰입감 있게 4시간 만에 모두 읽었다.
2024년 한강이 노벨문학상에 수상했을 때, 주변인들 몇명이 트렌드에 따라 채식주의자를 읽었었다. 당시 나는 소설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었기에 그런 책이 있나보다 하고 넘겼던 기억이 있다. 내용이 좀 끔찍하다 외에 어떤 내용인지 전혀 듣지 못하고 이번에 처음 읽었기에 훨씬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스포일러 주의)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의 세 챕터의 연작소설로 되어 있다.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 시점,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 시점,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 시점으로 서술된다.
채식주의자
다양성은 어디까지 포용해야 할까? 현대사회에서 채식주의나 비건은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꽤 널리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작중에서도 종교나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게 볼 게 없다는 대사가 등장한다. 하지만 주인공 영혜의 채식은, 주변 인물들이 포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집착과 광기로, 채식으로 인해 영혜의 인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챕터의 마지막에서 영혜가 정신병동에서 뛰쳐나와 스스로의 혈액을 먹고 새를 죽이는 장면에서, 나는 오히려 영혜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채식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혜 안에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자아와 자연 속의 짐승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자아가 공존하고, 자신이 짐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기를 거부하고 있던 것으로 나에게는 읽혔다.
이런 구도에서라면, 영혜의 눈으로는 동물을 학대해 죽인 아버지를 포함해, 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짐승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느 날 꿈을 통해 자신이 짐승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뒤, 그것을 끈질기게 거부했던 것이다.
몽고반점
이 챕터에서는 영혜가 짐승의 단계를 뛰어넘어 자연의 일부인 식물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나에게 읽혔다. "몽고반점"과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가 나신에 그린 꽃은 같은 이미지로 읽혔다.
나무 불꽃
이 챕터에서 정신병동에 갇힌 영혜는 꼭 영화 <랑종>의 "밍"을 연상케 했다 (꿈으로 암시를 받는 장면, 동물을 죽이는 장면, 산으로 도망쳐 나가서 가족들이 찾는 장면, 비정상적인 하혈을 하는 장면 등 여러모로 유사점이 많다).

다만 <랑종>의 "밍"은 악귀들의 신내림으로 이상증세를 보였다면,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초자연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혹은 병적인 이유로 이상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작중 계속해서 묘사되던 영혜에게 가해진 아동학대나 트라우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의사의 진단명처럼 신경성 거식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모두 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현대사회의 폭력으로 인해 평범한 개인이 망가져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일까? 이 책의 주제의식은, 작중 불분명하게 제시된 영혜가 왜 채식을 하게 되었는지, 왜 식물이 되고 싶어했는지에 대한 이유에서 출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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