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공터에서

2025. 10. 28. 20:56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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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터에서
저자: 김훈
완독일: 251028



<공터에서>는 양귀자의 <모순(https://cascade.tistory.com/m/158)>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진중문고 장편 현대소설이다. 예전에 김훈의 <칼의 노래>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저자 이름을 보고 집어들었으며, 이 책도 연등 시간을 이용하여 이틀 만에 몰입하여 빠르게 읽었다.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당직사관께 연등 종료를 보고하고 불 꺼진 생활관에 취침하러 들어갔다. 창밖으로는 어둠이 내린 연병장이 보였는데, 평소에 지루하고 따분한 곳으로 보였던 연병장이 괜스레 평화롭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공터에서>의 마차세가 근무하던 동부전선 GOP의 근무환경과 마장세가 전투를 치르던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가 떠올랐다. 좋지 않은 시기에 대한민국에 태어나 온갖 고생은 다하고 생명을 소진한 마동수와 그의 아들들에 비하면 나는 좋은 시기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굉장히 편안한 군생활을 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책을 읽고 생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시대적 배경 탓도 있겠지만, 책에서 묘사되는 많은 인생은 별 거 아닌 듯 생겨났다가 별 거 아닌 듯 사라졌다. 인생 자체가 비극인 그들에 비해서는 나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 같은 생명인데 이토록 다른 삶을 살아도 되는 걸까 싶기도 했다. 죽어라 노력해도 벗어나기 힘든 비극적인 삶도 있는데, 노력에 따라 성취할 수 있는 삶에 감사했다.

책에서 마장세는 베트남 전쟁에서 부상당한 분대원 김정팔을 사살하고, 본부에 거짓 보고를 하여 전투 유공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군대에서 배우는 전투부상자처치가 단순 처치방법에 대한 상식만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배웠다. 부상당한 동료를 구해야 한다는 도덕성과 이타성, 그리고 양심을 가지고 있어야 내 생명조차 위태로운 전투현장에서 남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뉴스에 보면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 전투처럼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라면 마장세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나는 사극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이 책은 꽤 몰입되었다. 내가 기존에 사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역사적 사실을 몰입되도록 묘사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김훈의 문장은 짧고 간결하면서도, 현장에 와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함을 주었다. 물론 김훈이 주는 생생함은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지저분하고 역겨운 생생함을 주었다. 주인공들의 아픔과 애환이 다섯 가지 감각으로 모두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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