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을 하고 싶으면 미국으로 가라

2024. 4. 21. 21:18비즈니스/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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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타트업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나의 근황을 잠시 밝히면, 지난 해에 잠시 도전했었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성장성의 한계를 느꼈고, 더욱 본질적인 역량을 길러서 기술적인 해자가 있는 비즈니스에 도전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현재는 융합의학기술원에서 주전공인 의학을 접목한 컴퓨터공학 및 AI개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겨울에 일했던 스프링캠프 분들이랑 지난 수요일에 식사를 했다. 모바일 산업에서 나올 만한 새로운 스타트업이 과연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모바일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이템에 상관없이 팀이 훌륭하다면 피벗할 수 있는 옵션이 아주 많았다. 예를 들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처음엔 네트워킹 어플리케이션으로 시작했다가, 핀테크로 급선회해서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는가. 그래서 아이템보다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지금은 모바일쪽에서 웬만한 나올 만한 스타트업은 다 나와버렸기 때문에 토스, 당근, 배민 같은 유니콘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라는 것이다.

심사역 한 분도 최근 투자검토한 팀들 중에 "똑똑한 대표가 왜 이걸 하지?" 싶은 경우가 몇 있었는데, 그만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게  다 나와버려서 틈을 찾으려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다.





새로운 기술 분야가 태동하면, 그에 파생되는 여러 산업이 연쇄적으로 생겨난다. 개인용 PC가 생겼을 때는 소프트웨어나 운영체제를 만드는 기업 (ex : 마이크로소프트) 이 돈을 벌었고, 스마트폰이 생겼을 때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기업이 돈을 벌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일반적으로" 접근했던 방법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역할이 아닌, 이미 나온 새로운 기술로부터 파생되는 산업을 속도감 있게 잘 해내는 식이었다.

왜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펀더멘털"한 산업을 못할까? 지난 번 [모더나의 가르침 https://cascade.tistory.com/m/50] 이라는 글에서도 비슷한 뉘앙스로 언급했지만,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핵심적인 성과는 학계를 거쳐서 산업계로 나온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우리나라 학계는 장기적으로 테크를 선도할 만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아 보인다.




심사역 분이 내게 조언해 주시기를, "너가 진짜 펀더멘털한 산업을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미국을 가라"였다. 미국에 가서 전 세계 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나 학계를 주도하는 교수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개통을 미국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컴퓨터 시스템의 선진기술을 우리나라에 가지고 들어오셨던 전길남 교수님의 공이 크지 않았나. 우리 창업동아리 지도 교수님께서도 (MSG가 좀 들어갔겠지만...) 학생이실 때 집은 커녕 넉넉한 생활비도 없이 추천서 한 장만 들고 미국 땅으로 건너가서 많은 걸 배우고 돌아오셨다고 한다.


한국에 남아 비즈니스를 할 거라면, 펀더멘털한 부분의 산업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 어느 정도 완성해줄 거라고 "가정하고", 그게 상용화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가면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분야를 한다고 해도, 미국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혁명이 어느 정도 끝나가는 추세라면, 다음 펀더멘털은 무엇이 될지, 그리고 이 분야의 선두에 선 사람들은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얻기 힘든 인사이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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