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인재란 무엇인가?

2024. 2. 1. 23:56비즈니스/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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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회사에서 세션 준비로 너무 바빠 글을 못 쓰고 있었다. 어제 아침 세션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인턴 연수기간 종료도 2일밖에 남지 않았다. 계약서 쓰던 게 어제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턴 기간 동안 창업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많이 배운 것 같아 도와주신 선배 심사역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번 글은 어제의 세션 주제였던 [창업 인재란 무엇인가] 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창업인재를 초기에 알아보고 속도감 있게 투자하는 일은 VC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성공적으로 엑싯한 팀의 대표나, 너무나도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의 경우 사후적으로 창업 인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지만, 이를 투자받기 전의 극초기 창업 팀일 때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좋은 대표를 보석이라고 한다면, 창업인재는 원석에 해당한다. 하지만 원석을 잘 깎고 다듬어서 보석이 될지, 아니면 그냥 돌덩어리일지는 원석인 상태에서 구별하기 무척 힘들다. 심사역 분들도 원석을 어떻게 구별해 낼지 오랫동안 고민해보셨지만, 아직 분명한 결론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인턴이 준비하기에는 어려운 주제의 세션이었는데, 답이 있는 질문이 아닌 만큼 내 생각을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준비하라고 조언받았다.
 

창업인재의 정의

창업인재가 무엇인지 분석하기 위해 먼저 정의부터 해 보기로 하였다. 우선 창업이란 뭘까? 창업은 연구와도 굉장히 닮아 있는데, 가설 설정과 검증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PMF를 찾아 가는 과정도 가설 검증 과정이며 MVP를 만드는 이유도 그렇다. 그렇다면 사업과 창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는 자신이 풀고자 하는 문제의 풀이방법이 기존에 나와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방법인지에 따라 다르다. 창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며, 동일한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한 선례가 존재한다. 
 
두 번째로, 인재란 여러 가지의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FI의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를 잘 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인재이다. 하지만 회수까지 마친 케이스는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다. 조금 더 넓은 범위를 생각해 본다면,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람, 그보다 더 넓은 범위를 생각해 본다면 VC를 설득하여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VC의 투심을 통과하여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엑싯까지 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런 케이스는 드물기 때문에, 우리가 찾는 창업 인재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우리 회사의 DB로 쉽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정보이기에, 창업인재의 기준을 "투자유치에 성공한 사람"으로 잡기로 하였다.
 

심사역의 의견

창업인재에 대해 탐구하기 전에, 심사역 분들의 창업인재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심사역 1: 단점이 없는 사람보다, 단점이 있더라도 한쪽 장점이 극한으로 뾰족한 사람
  • 심사역 2: 뾰족하고, 치명적 단점이 없는 사람. 치명적 단점의 예시는 집중을 못 하는 것.
  • 심사역 3: 창업 인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D, T, S를 보아야 한다. D는 dream, T는 talent, S는 Skill. Dream은 팀의 비전이나 동기부여 요소로, 필수 조건이다. Talent와 Skill은 창업자의 뾰족한 점을 말하는 비슷한 말이지만, talent는 타고 나는 것이어서 러닝 커브가 가파르더라도 수정할 수 없거나 아주 오래 걸리는 것이고, skill은 빠르게 acquire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심사역 2 님께서는 창업인재를 초기에 빠르게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오래 고민하셨던 분이었는데, 그 분께서는 판단 기준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으셨었다. 그 분의 체크리스트를 요약하고 내 생각을 덧붙여 내가 생각하는 창업인재의 기준을 세워 보았다.
 

창업인재의 판단기준

우리가 투자한 여러 회사를 분석해 보고 특징을 비교해본 결과, 창업가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였다.

  1. P: 개인적 요소(Personal factor)
    -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가?
    - 포기하지 않을 사람인가?
    - 선택과 집중을 잘 하는가?
    - 추진력, 돌파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2. T: 사회적 요소(Team factor)
    -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가?
    - 팀원들을 동기부여시킬 수 있는가?
    - 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내 프로젝트를 설득할 수 있는가?
  3. S: 기술적 요소(Skill factor)
    - Technical Skill
    - Financial Skill



재미있었던 점은, 잘 운영되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표라고 해서 P, T, S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P가 없지만 T와 S가 너무 강해서 팀을 잘 이끄는 경우도 있었고, T와 S가 없지만 P가 너무 강하여 팀을 잘 이끄는 경우도 있었다. "뾰족한 강점"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전자의 경우, 창업을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리더십과 기술력이 매우 훌륭하여 성공한 케이스이고, 후자의 경우, 슈퍼맨형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P와 S가 약하지만 T가 강하여 팀을 잘 이끌어내는 케이스는 드물거나 없었다. T에서 좋은 리더십은 좋은 설득력에서 나오고, 이는 타인을 설득하는 대표의 비전 혹은 미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전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로는 금전적 비전이다. 시장의 커다란 업사이드를 보여주면서 팀원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거 하면 돈 벌 수 있다고. 두 번째는 비금전적 비전이다. 돈으로 환원되는 가치는 아니지만,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팀원을 동기부여하는 비전 말이다. 이러한 두 비전으로 팀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표 자신이 먼저 설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 자신이 스스로의 비전에 설득당하지 않았는데, 팀원을 설득하고 동기부여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좋은 T만 있기는 힘들고, T가 있기 위한 P나 S적인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무엇인가?

창업을 할 사람으로서, 나 스스로를 내가 탐구해 본 창업인재의 기준에 맞는지 성찰해 보았다. 나의 P, T, S는 아래와 같다.
 
P: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추진력과 실행력이 매우 우수하다. 다만 집중력이 부족하다.
T: 리더십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다소 부족할 때가 있다.
S: 러닝 커브가 매우 빠르지만, 아직 배운 것이 많지 않다.
 
P의 요소 중 집중력은 좋은 창업 인재가 되는 것에 크리티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집중하기 위한 장치들을 끊임없이 설정할 생각이다. 시작하려고 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불필요한 활동인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활동인지를 꾸준히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아니라고 판단이 된다면 우유부단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또한 S의 요소를 개발하는 데 남은 의대 생활의 대부분을 투자하게 될 것 같다. 헬스케어에 대한 도메인 지식은 성실한 공부 및 연구 활동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심사역들이 생각한 창업인재로서 나의 "뾰족한 점"은, 성장 욕구였다. 나도 나의 강점이 성장 욕구라는 말에 동의한다. 성장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들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하는 편이다. 내게 부족한 점은 집중력이었는데, 나의 강점은 부각시키고 크리티컬할 수 있는 부족한 점은 깎아 내어 창업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
 
겨울방학 동안 짧은 기간 동안의 VC 인턴 생활이 의미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라는 원석의 특성을 파악하고 보석으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
 
Os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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