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개념의료

2025. 10. 14. 23:17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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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개념의료
저자 : 박재영
완독일 : 251014


의료는 옳고 그름이 명백하지 않고, 가치판단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많은 분야라고 느끼게 만들었던 책이다. 
 
마음이 아픈 점은 옳고 그름이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는 정치에 휘둘리기가 더욱 쉽다는 것이다. 외래 진료를 보러 갔을 때 "3분 진료"라는 프레임으로 진료시간이 적은 점만을 강조한다면 의사를 향한 부정적인 정치적 여론을 쉽게 형성할 수 있다. 낮은 의료비와 높은 의료 접근성의 장점은 무시된 채 말이다.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수명과 낮은 의료비를 가지고 있고, 거의 모든 경우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으며 본인부담률이 높고 전문의를 한 번 볼 때 진료시간이 무척 적다. 우리나라와 자주 비교당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이와 정반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높은 의료비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명은 우리보다 낮으며, 전문의 접근성이 낮은 대신 오래 진료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국보다 좋은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특정 면만 보면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 급부를 거의 대부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의료가 복잡한 이유이다.
 
우리 의과대학 창업동아리는 "Growing the Pie"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의료산업을 키우자는 취지의 슬로건인데, 이 책을 읽고 이 슬로건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다. 의료산업의 성장은 곧 국가적으로는 의료비의 증가를 뜻한다. 미국이 전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이유도 그만큼 의료에 쓰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의 수술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행해진다고 한다) 이것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개개인이 지출하는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점에서는 가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성장하는 국가에서 GDP 증가율에 따라 의료시장의 크기도 그에 같이 동반성장한다면 모를까, 저성장하는 국가에서 의료시장의 크기 증가가 국가산업을 견인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의료는 여러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의료개혁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급진적인 변화는 반드시 부작용을 낳게 되고, 의료 시스템 구성원 간 돌이킬 수 없는 신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료 발전이 더딘 이유도,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애초에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적절한 정책을 펼치는 경우에도 의-정 간 신뢰에 이미 금이 가 버렸기 때문에 의료계가 쉽게 순응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AI, 로보틱스, 원격의료 등의 신의료기술 도입을 저해한다.
 
좋은 의료산업을 위해서는 좋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의료시스템 구성원 간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싶은지 간단히 메모해 본다.

- 신의료기술 도입의 저해요소는 무엇인가
- 개인맞춤의료는 보험체계에서 어떻게 말이 될 수 있는가
- 미국의 의료비 증가는 기업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미국의 의료소송
- 1QALY당 최대지불의사
- 의료법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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