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기기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 2편: 피부미용시장 (feat. KIMES 2024)

2024. 3. 21. 02:32비즈니스/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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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기기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 1편: 의료정보시스템 (feat. KIMES 2024)

한국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 KIMES 2024를 다녀왔다. 코엑스 전시장 A~E 홀 전체를 대관하여 총 850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오전 10시 30분 정도에 도착해서 오후 6시까지 약 7시간 가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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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의료정보시스템

피부미용 시술은 대부분 비급여이다. 비급여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진료 항목을 말한다. 1999년부터 실손의료보험의 등장으로, 현재는 자기부담금 급여 20%, 비급여 30%*를 제외하고 보장한도 내에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비급여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실손보험이 적용되는지 여부는 실손보장의 원칙에 따라 환자에게 질병, 상해 등의 손해가 갔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피부미용 목적의 시술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미용을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용 시술이더라도 수요가 높다면 잘 팔리는데, 만족감이 높은 일부 시술은 매우 낮은 가격 민감도를 보인다. 몇몇 피부미용 기기는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기능과 미용의 기능을 같이 가지고 있어, 미용 목적으로 시술을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편법" 이 가능하다.
 
피부미용 시장은 이러한 수요 증가와 고객 만족, 제도상의 문제가 합쳐져 꾸준히 성장해 왔다. 비급여 의료시장은 평균성장률을 적용해 보면 2023년 약 20조 원 크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관련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 또한 크게 발전했으며, 현재 대표 기업들 같은 경우 연매출 천억 원 단위로 수출을 하고 있다. 이번 KIMES 2024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 항목인 피부미용 시장을 정리해 보자.
 
*4세대 실손보험 기준
 


 
KIMES 부스를 돌아다니다가, 영업사원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한 분이 조언해주시기를, "개원할 때 의료기기 계약할 거면 꼭 KIMES에서 해라" 였다. 경쟁사들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가격을 높여 부를 일도 적고, 선택의 폭이 넓어져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기기를 따로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설명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고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격차가 사라지는 것도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피부미용기기를 구경하면서도 이를 한번 더 느꼈다. 같은 분류의 제품을 다루는 회사가 여러 개다 보니 서로 비교하면서 볼 수 있었다.  아래는 NH투자증권에서 발표했던 2023년 (예상) 국내 매출액 TOP 6 의료기기 회사인데, 이 중 제이시스메디컬과 원텍을 제외한 4개의 회사가 이번 KIMES에 참여했다.

재미있는 점은, 피부미용기기 회사는 대부분 내수보다 해외시장 비중이 높았다. KIMES에 참가한 업체만 해도 수출 비중이 루트로닉 88%, 클래시스 65%, 이루다 80%, 비올 90%로 아주 높았다. 이거야말로 K-뷰티 산업 아닐까?

회사수출비중(%)
루트로닉88
클래시스65
이루다80
비올90

피부미용기기 시장

피부미용을 주로 진료하는 병원의 "인기 시술"은 몇 가지가 있다. 이들은 크게 (1)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시술(2)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시술로 나눌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 시술을 진행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기기값(고정비용)+소모품값(변동비용)으로 나뉘는데,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시술은 (고정비용/변동비용)의 비율이 크지만, 그렇지 않은 시술은 (변동비용/고정비용)의 비율이 크다. 각 항목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인기시술은 아래와 같다.

(1)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시술(2)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시술
보톡스, 필러리프팅, 프락셀

 
피부미용 의료기기 회사는 대부분 (2)를 타겟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술을 하고자 하는 병원이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KIMES에 전시된 피부미용기기의 기기값은 한 대당 약 3,000만 ~ 7,000만원이었으며, 소모품은 100만원 ~ 150만원으로 일정 횟수 사용하면 교체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으로 클래시스의 집속초음파(HIFU) 기기인 슈링크 유니버스에는 카트리지 1개당 12,000샷이 들어가는데, 회당 300샷 정도씩 약 40회의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 이들 기기를 사용할 때 ROI는 피부과 홈페이지의 비용을 보면 어느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제, 세부적으로 각 시술을 위한 의료기기를 만드는 주요 국내 플레이어는 누가 있는지 알아보자.
 

리프팅

리프팅은 쉽게 말해 주름 제거 시술이다. 주로 로컬 피부과, 성형외과에서 시행되는 이 시술은 콜라겐 분비를 통해 피부를 팽팽하게 만들어 준다. 지속기간은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나, 반복적인 방문을 필요로 한다. 리프팅은 아래와 같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HIFU의 깊이에 따라 타겟하는 피부층 (출처: Dr. Gulhima Arora)
  1. 실 리프팅: 피부 수축을 유도하는 물질을 실을 꽂아 주입한다.
  2. 초음파 리프팅: 집속초음파(HIFU)라고도 한다. 깊이에 따라 타겟하는 피부층이 다르며, 보통 1.5mm(진피 상부), 3.0mm(진피 하부), 4.5mm(근막)으로 나뉜다. 실 리프팅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아 최근 많이 유행한다. 기존에는 미국 제품인 울쎄라의 점유율이 높았지, 최근에는 쟁쟁한 한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현 국내 1위인 클래시스의 슈링크 유니버스, 제이시스메디칼의 리니어지 등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3. 고주파(RF) 리프팅: 열을 통해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활성화하여 피부 재생을 유도한다. RF 시장에서도 미국 회사에서 개발한 써마지가 유명하다가, 우리나라의 대표 제품으로 원텍의 올리지오, 비올의 실펌x 등이 부상하고 있다.

 

프락셀

 
프락셀(Fraxel)이란 Fractional Laser로, 레이저를 이용하여 기미, 여드름 흉터, 주근깨, 잡티, 모공 등을 박피하는 것을 말한다. 2001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발표한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의 솔타 메디컬이 제작한 브랜드 이름이지만, 현재는 유사한 기능의 의료기기를 프락셀로 통칭한다. 안에 어떤 매질이 들어가냐에 따라 레이저의 파장이 달라지며, 치료할 수 있는 적응증이 달라진다. 프락셀은 가장 바깥쪽 피부를 박피하는지 여부에 따라 박피성(Ablative)와 비박피성(Non-ablative)로 나뉜다. 

 

구분종류
박피성CO2, 어븀야그(Er:YAG)
비박피성어븀글라스(Er-Glass), 엔디야그(Nd:YAG), 툴륨레이저(TFL)

이러한 레이저의 종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피부질환의 종류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엔디야그는 기미 치료, 다이오드 레이저는 여드름 흉터에 주로 사용된다.
 
루트로닉은 국내 1위 피부미용 의료기기 회사이다. 연매출 약 3000억원 이상이며 세계 약 80개국에 레이저 피부미용 기기를 수출한다. 200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였다가 작년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의해 9,600억 규모로 인수되었다. 루트로닉은 더마브이, 헐리우드스펙트라, 클라리티2 등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엔디야그(Nd:YAG) 레이저 라인업, 울트라 등의 TFL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프락셀의 고향인 미국에서 1000억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루트로닉 부스 (A관)

 
이루다는 최신 레이저기술인 VSLS(Vascular Salvage Laser Surgery)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레이저 기기를 만드는 회사이다. 이번 KIMES에서는 "포트라" 라고 하는 4파장 다이오드 레이저를 최초로 선보였는데, 아직 도입된 병원이 적어 시술가가 매우 높게 잡힌다. 때문에 수익성이 좋아 많은 미용병원에서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네 가지 파장을 사용해 적응증의 범위가 넓으며, 쿨링 시스템 덕분에 레이저 치료의 단점인 통증을 해결할 수 있다. VSLS가 적용된 reepot도 KIMES에서 보았는데, PCT를 약 10개국에서 받아 해외 판로를 깔아 놓았다. 개인적으로 R&D를 아주 열심히 하는 회사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최근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한국에서 성형을 받을 만한 대부분의 고객은 성형을 받은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다. 과연 피부미용도 그럴까? 외모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이 상승하는 추세와 더불어, 한번 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다녀야 하는 피부과의 특성상 피부미용시장이 그리 쉽게 식을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미용 시장 개방 등으로 전체적인 미용 시술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면, 피부미용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웃게 될지 울게 될지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기기 한 대당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피부미용을 하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기기를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질까? 아니면 해외시장이 메인이므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수출 비중과 영업이익이 모두 높은 의료기기 분야인 만큼, 중요하게 지켜보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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