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경영을 말하다」를 읽고

2024. 2. 9. 00:2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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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경영을 말하다」, 미키 다케노부

전에 일하던 회사 대표님 책장에 꽂혀 있어, 내용이 궁금해서 빌려 읽었던 책이다. 손정의 회장의 경영 혹은 투자 스토리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소프트뱅크의 성장을 보고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이 책은 기대했던 경영 전략 서적보다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 책 타입인) 자기계발서에 가까웠다. 또한 2011년에 쓰인 책이다 보니, 기술적인 내용이 완전히 up-to-date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대보다는 배울 만한 이야기가 많아 끝까지 읽었다.




회의 전략


첫째로 재미있게 읽었던 에피소드는 손 회장의 회의 전략이었다. 손 회장은 빠르게 처리해야 할 사안에 대한 결정을 미루지 않는 것을 중시했다. 한 일화로 2001년 초고속 인터넷 사업 당시 콜센터에 고객 항의가 폭주하자, 간부들에게 "10주간의 마라톤 회의 기간"을 선언하고 이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또한 그의 회의 스타일은 상당히 특이했는데, 일본의 정서상 위계구조에 따라 낮은 서열의 사원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의실에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설치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적도록 했다. 화이트보드에 적기 전의 의견은 자신의 종이에만 적으며, 입 밖에 내지 않도록 했다. 이를 통해 위계질서가 낮은 사원도 아이디어를 낼 때 위축되지 않는 효과와, 한번 스스로 정제를 거친 질 좋은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효과를 내었다.

예전에 [관료화된 조직이 필요할 때]에서도 적었지만,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꾼다면 위계질서에 따른 아이디어 퀄리티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관료주의의 단점을 포기해야 하지 않는가. 손 회장의 회의전략은 관료주의의 장점을 가져오면서 아이디어 퀄리티의 하락을 막는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위계질서가 강한 문화이기에, 적용하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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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화된 조직이 필요할 때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기업 등 대규모의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거대 조직이 들어섰다. 관료제가 이론적으로 정의된 것은 이때쯤인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독일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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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질

재미있게 읽었던 두 번째 에피소드는 방학 동안 고민하던 "창업인재"의 속성과도 어느 정도 연결되었다. 손 회장은 리더는 안 되는 이유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좋은 리더이다. 회사라는 커다란 배를 조종하는 리더가 자신의 비전에 의심을 품으면, 항해사와 선원들이 그를 따를 리 없다. 조직원들이 얼마나 동기부여되어 있는지는 조직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예상 성공률이 70%인 사업은 추진해야 한다고 보았다. 50%는 너무 낮고, 90%는 너무 높다. 사업은 시기가 매우 중요한데, 90%의 성공률인 사업이라면 이미 다른 이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70%라는 성공률은 사실 일부 안전추구형 투자자 입장에서는 꽤 risky한 수준인데, 사업가는 감당할 수 있는 risk의 수준이 훨씬 높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손 회장은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드는 성향이다.  현대그룹 창립자 정주영과도 비슷한 마인드이다. 손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시험 응시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교수와 협상하여 자신이 영어사전을 들고 올 수 있게 해 주고 시험시간도 더 달라고 요구하여 결국 그렇게 시험을 보았다.

얼마 전 역삼동에 마루360이라는 현대 계열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방문했었는데, 벽에 아산 정주영 회장의 말이 적혀 있었다. 해내는 능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될 확률이 30%라는 건 생각하지 말고, 될 확률이 70%이라는 것만 본다. 된다고 믿고, 조직원에게 이를 의심토록 하지 마라.

앞이 안 보일수록 더 멀리

손 회장은 닷컴버블이 붕괴할 때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초고속 인터넷 사업의 전략에 대해 끊임없이 구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앞이 안 보이고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더 멀리 보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혼란스러운 일에 집중해봤자 그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런 것이 아니라면 혼란이 지나간 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해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여러모로 내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마음에 새겼고, 더 멀리 보기로 했다.

Os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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