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창업

관료화된 조직이 필요할 때

Oselt 2023. 12. 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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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기업 등 대규모의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거대 조직이 들어섰다. 관료제가 이론적으로 정의된 것은 이때쯤인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독일의 사회학자 Max Weber는 엄격한 위계질서와 분업화, 전문화 등으로 이 개념을 정의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식 기반 산업이 생겨나면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중시하는 탈관료주의적 조직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관료주의와 탈관료주의 중 무엇이 좋은 조직 구조일까?

관료제를 상징하는 트리 구조


연말 송년회 행사를 준비하다

며칠 전 내가 기획팀의 일부로 있었던 연말 송년회 및  홈커밍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코로나 이후 몇 년간의 공백기 끝에, 인수인계 없이 0부터 시작했던 행사였고, 기획팀 모두 대형 행사의 준비 경험이 많지 않았다.

기획팀은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1인의 회장과 8인의 멤버는 다소 수평적인 구조로 행사를 준비해나갔다. (대부분의) 팀원들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며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창의적으로 행사를 준비해나갔으며, 행사가 열리기 한 시간 전까지 자신이 기획한 부분에 있어 완벽한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하면서부터 문제가 하나 둘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7시부터 대관을 예약한 카페에서는 대관 사실을 모르는 손님들이 6시 50분이 되어서까지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준비한 마이크는 행사장 전체를 커버할 정도로 소리가 크지 않아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진행자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기획팀 사이에 혼란이 생기자 90명 남짓의 참가자들은 당연하게도 혼란에 빠졌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획팀을 소집하였으나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기에 혼란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행사가 끝난 뒤 기획팀과 함께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이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다치는 사람 없이 잘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노고는 치하받아 마땅했으나 분명 고쳐야 할 점이 많이 존재했다.

내가 추린 점들은 아래와 같다.

  1. 발표회를 하기 적절한 공간과 네트워킹을 하기 적절한 공간은 다르다. 카페를 대관하기 전 우리 행사 성격에 부합하는 공간인지 충분히 확인했어야 하며, 사전 답사를 통해 fundamental(배치, 음향 등)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했어야 한다.
  2.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정의된 구성원이 몇 없었고 각자가 따로따로 움직였다.
  3. fundamental한 부분보다 periphery한 부분(꾸미기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이러한 문제들의 가장 핵심을 관통하는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나름대로 혼자 내려본 결론은 조직 구조의 문제였던 것 같다.

좋은 조직은 뭘까?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수평적 조직" 바람이 불고 있다. 대리, 과장 등의 직급 호칭을 없애고 "OO님"이라는 호칭으로 통일하거나, 아예 C 레벨 임원을 없애버리는 곳도 있다. 이러한 수평적 조직은 관료주의적 조직보다 항상 좋을까?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얻은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인 것 같다. 팀원 개개인의 역량이 강조되며, 창의성이 중요한 조직이라면 수평적 조직이 관료주의적 조직보다 문제해결력 및 유연성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 같다.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에서 이야기하는 애자일 조직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객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개선을 해나가야하는 조직이라면 관료주의적인 위계질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task가 질적으로는 쉽지만 양적으로는 많은 경우, 이를테면 맥도날드 알바나 쿠팡 물류센터 알바 같은 일의 경우, 오히려 수평적 조직 구조가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팀원의 아이디어를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조직의 성과를 놓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팀 전체를 총괄하는 리더의 조직력이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조직 구조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는 task의 성격이 중요하다. 역사 속에도 육조직계제(六曹直啓制)를 실시했을 때는 균형잡힌 권력 분배로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했지만 의사결정 속도가 느렸으며, 의정부서사제(議政府署事制)를 실시했을 때는 반대로  의사결정 속도는 빨랐으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성과는 부족하였다. 따라서 이번 행사처럼 창의성은 부족해도 좋으니 빠른 실행력이 필요한 task는 관료주의적인 조직이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앞으로 회사를 경영할 때, 어떤 task를 수행하는 조직이냐에 따라 적합한 조직구조를 택할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겠다.

Os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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