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인 내가 왜 VC 인턴을 하는지에 대해

2023. 12. 21. 01:46비즈니스/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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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으로서 내가 왜 VC 인턴을 하는지에 대해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적어 보려고 한다.
 
A: 창업을 하고 싶은 네 마음은 알겠다. 그렇다면 직접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직접 시도해보고 깨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실패를 통해 배웠던 창업가들이 성공했다. VC 인턴은 투자를 배우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선택했는가?
 
나: 의대생으로서의 특수성이 작용했던 것 같다. 의대생 혹은 의사 창업에서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다. 의사의 커리어에는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국시 준비를 해야 할 때, 인턴과 레지던트 등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행착오를 했다가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불가역적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전에 시도했던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학 공부할 때도, 공부 잘 했던 선배들의 오답 노트를 많이 참고하지 않나? 내 스스로 좋은 대표가 되기 위해 길러야 하거나 없애야 하는 자질들에 대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서 배우기 위해 VC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A: VC에서의 인턴 생활을 통해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 경험이 적은 창업자들의 생각은 아주 나이브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라면 시장이 공감해 줄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가 속한 집단 때문에 바이어스가 일어나 시장의 크기를 과대/과소평가하기도 한다. VC들은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봤을 것이고 해당 단점이 사업을 이어가는 데 치명적이라면 투자를 접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내 생각이 나이브한지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VC측에서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A: VC 인턴을 통해 그러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경험은 배울 수 없지 않은가?
 
나: 그래서 시행착오를 없애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줄이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실패란 내가 투자한 물적, 시간적 자원의 일부가 무가치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경험은 실제 창업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자는 것이지, 실패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VC에서 실패를 극복하는 경험은 배울 수 없지만,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는 과정이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A: VC 인턴을 하면 왜 좋은 대표가 될 수 있는가?
 
나: 창업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의 나는, 대표로서는 원석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 원석을 잘 제련해서 특정 방향으로 아주 뾰족한 검을 만들어야 한다. 뾰족한 검은 나의 장점을 말한다. 대표의 장점이라는 건 사람을 잘 끌어오는 능력이 될 수도 있고, 추진력일 수도 있으며, 돈을 잘 끌어오는 능력 등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장점을 가질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뾰족하게 제련된 장점을 가지고 있어야 좋은 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나의 장점을 추진력과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능력을 극단적으로 뾰족하게 제련한 대표들은 회사를 어떻게 경영해 나갔는지의 사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A: 좋은 대표란 한쪽으로만 뾰족하면 되는가? 다방면으로 뾰족해야 잘 굴러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
 
나: 나는 모든 방향으로 적당히 뾰족한 대표보다, 다른 쪽이 조금 뭉툭하더라도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뾰족한 대표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머지 방향은 팀원의 능력으로 채워주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뭉툭한지를 확인하고, 그 방향으로 뾰족한 팀원을 데려와 채운다면 드림팀이 꾸려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VC에서 하고 싶은 것은, 대표로서의 내 장점을 뾰족하게 제련하고, 내가 뭉툭한 부분에 대해 미리 파악해 두어 나중에 팀 빌딩을 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A: 예비 창업자로서 네 단점(뭉툭한 지점)을 VC에게 미리 노출해버리면, 나중에 투자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의 뾰족한 점을 어필하면 오히려 투자받기 유리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단점이 많다면, 나는 나의 러닝 커브를 보여드릴 예정이다. 대표로서 중요한 자질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순발력이 있는지이다.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고, 그것이 나에게 투자받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라면,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지를 보여 드릴 예정이다.
 
Os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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