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8. 20:06ㆍ독서
제목 : 칩 워
저자 : 크리스 밀러
완독일 : 251127

10월 ~ 11월 AI 반도체 주식의 랠리를 보고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배워보고 싶었다. 다양한 반도체 책을 찾아보았지만 그 중 <칩 워> 가 가장 평이 좋았고, 진중문고에 있기도 하여 꺼내 읽었다. <칩 워>는 역사서이면서도 꼭 무협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었고, 내용이 몰입되어 600쪽 정도의 분량임에도 5일 정도만에 완독하였다.
패권
<칩 워>를 읽고 패권에 대해 생각하였다. 금속을 확보하는 국가에 우위가 있었던 "강철의 전쟁"이었던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반도체 기술과 제조능력을 쥐고 있는 국가가 패권을 차지했다.
1. 종전 이후 미국은 정밀타격체계가 전략적 우위를 가져다줄 것이라 판단하고 초창기 트랜지스터와 집적 회로를 개발, 산업을 발전시켰다. (텍사스인스트루먼스, 페어차일드 위주)
2. 미소 냉전 당시 소련은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KGB 등 첩보를 이용하여 "베끼는" 전략을 취했다. 1991년 소련은 냉전을 종식시키며 미국의 반도체 우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인정하였다. (걸프 전쟁에서 미국의 압도적인 반도체 전력을 확인하였다)
3. 1980년대 일본은 인텔이 시작한 DRAM 산업의 점유율을 빼앗아가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고, 미국에서는 일본의 패권 탈환을 진지하게 걱정하였다. 미일 반도체 협정과 일본 버블의 붕괴로 일본의 미국 패권 탈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 일본의 황금기 경제에 대한 독서도 추가로 해보고 싶다)
4. 2010년대 이후 중국은 미국 패권의 원천이 반도체 지배력임을 깨닫고, 반도체 굴기 정책으로 시장이 아닌 국가가 직접 반도체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화웨이의 통신망 장악, EDA 국산화 등으로 현재는 미국이 칩 수출 통제를 해도 중국이 완전히 꼬리를 내리지 않는 수준까지 성장하였다. 심지어 중국이 미국을 데이터와 알고리즘 면에서는 거의 따라잡았고, 연산력에서도 더 잘 구축된 전력 인프라를 통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5. 미국은 현재 반도체산업의 다양한 병목(choke point)를 쥐고 있다. 현재는 미국이 이러한 choke point를 이용해서 화웨이나 SMIC 등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의 반도체 독립이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반도체 독립을 향해 점점 나아가고 있으며, 미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일부 병목이 해외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대만의 TSMC와 네덜란드의 ASML이 있다. 중국이 대만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도 미국의 병목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반도체 산업이 세계 패권과 직결된다는 것은 틀림없으며, 사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우리가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예측해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가져갈지라고 생각한다. 관련 도서를 많이 읽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전략 산업
반도체는 패권과 연관된 국가전략산업이다. 반도체 산업의 초기자금은 국방에서, 그리고 소비자로 확장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가 되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도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펀딩을 받으며 성장했고, IBM도 국방용 컴퓨터를 개발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반도체 회사 CEO들은 사업이 국가 예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시장까지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고 믿었고, 개인용 PC 시장과 모바일 시장에 승부수를 걸었던 회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이렇듯,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산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초기에는 국가의 도움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며, 사업이 충분히 커진 이후에는 소비자 시장을 겨냥해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국가기관(DARPA 등)에서 당장 사업성이 없더라도 국익에 부합하면 지원해 주는 경우가 있으며, VC 생태계에서도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몇 배수에 해당하는 투자를 집행할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초기 성장이 쉽지 않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기에는 국가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며 벤처투자 업계에도 돈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규제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모델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이 성공비결은 뛰어난 비즈니스 역량도 있지만, 국가를 설득하는 능력이 다른 기업에 비해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DRAM 산업에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국제적인 점유율을 차지하였으며, 파운드리 산업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push가 필요하다. 1980년대 모리타 아키오의 소니도 메모리 산업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적인 push가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 이외에도, 산업 발전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그것을 정부 관계자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설득하는 것도 국가전략산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가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국가전략산업의 조건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먼저, 높은 점유율과 해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기존 제조업체들의 process power가 산업스파이만으로는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30년 간의 연구개발 결과라고 하는 ASML의 EUV 장비도 몇십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야 하며, 장비 하나당 전담 엔지니어가 노후화될 때까지 관리한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 쉽게 카피하기 힘든 점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병목을 쥐고 있어야 한다. 국가적으로 수출 통제를 할 때 다른 나라의 경제의 직접적인 압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야 한다.
<칩 워> 이후에는 AI 반도체 경쟁의 현주소에 대해 더 공부할 수 있는 책과 미중 패권에 대한 도서를 더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공ㅂ가 어느 정도 된 이후에 <칩 워>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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