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 투자 - 밸류는 모르겠고 인재 보고 투자할게요

2023. 12. 20. 10:40비즈니스/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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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즈음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쓰이는 투자방법이 있다. 바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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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밸류에이션 하는 방법

투자를 받기 전의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자본이 많다. 이를테면 창업자의 포텐셜, 아이템의 유망성 등 정량화하기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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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적었듯이 스타트업의 밸류는 정량화하기 어렵다. 회사의 밸류를 추정할 수 없다면 얼마의 지분이 확보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시드투자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밸류는 모르지만 놓치기 싫은 창업 인재가 있을 수도 있다면  VC 입장에서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SAFE 투자 방식은 밸류를 고려하지 않고 돈만 주는 투자 방식으로, 밸류를 알기 힘든 창업 인재에게 투자할 때 좋은 방법이 된다.
 

SAFE 투자의 시초로 알려진 Y Combinator

 
SAFE 투자의 핵심은 일단 돈을 투자하고, 후속 투자에서 밸류가 책정될 경우(Priced Round) 이를 거꾸로 계산하여 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10억을 투자했다고 하면, 현재 스타트업 가치를 알 수 없기에 투자 지분율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기업 가치가 100억으로 책정될 경우 이에 비례한 지분을 확보했다고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 기업 가치가 100억이라 하더라도, 투자 당시의 기업 가치가 100억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지분율을 10%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두 가지 계약 방식 중 하나를 채택하게 된다.
 
첫 번째는 할인율(discount rate)를 적용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투자 시점에서 밸류가 책정된 시점까지 20% 할인율을 적용할 때, 즉 기업가치가 20% 상승했다고 가정한다면, 투자 시점에서의 밸류는 약 83억원이기 때문에 10억원을 투자했을 경우 약 12%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사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할인율 또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사용하는 값을 적용하며, 투자 시점부터 밸류가 책정된 시점까지 6개월이 지난 경우 15%, 1년이 지난 경우 20% 등 시간 간격을 반영하여 할인율을 책정한다.
 
두 번째는 Max Cap 방식이다. Max Cap은 밸류가 책정되는 시점의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 방식과 달리, 미래 가치의 상한선을 정해놓는 방식이다. 위의 사례에서, 10억을 투자하면서 Max Cap을 80억으로 설정해 놓는다면, 밸류가 책정되는 시점의 기업 가치가 80억을 넘어 100억, 200억이 되더라도 투자자는 80억에 해당하는 비율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즉 1/8에 해당하는 12.5%를 확보하는 것이다. 21~22년 가파른 속도로 성장한 크립토 회사나 게임 회사처럼 몇백 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 같은 회사라면, VC 입장에서는 Max Cap 방식으로 계약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회사 대표 입장에서는 할인율 방식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SAFE 투자가 시행된 것은 미국이 맞지만 우리나라의 SAFE 투자와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미국은 SAFE를 통해 납입된 투자금은 스타트업의 장부에 자본금으로 기록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채로 기록된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관례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8월 제정된 벤처투자촉진법에 따라 SAFE 투자를 시작하였는데, 첫 번째 사례에서 SAFE로 납입된 투자금을 부채로 기록한 후, 밸류가 책정된 뒤 신주발행한 것으로 처리한 것이 시초가 되어 이 방식을 관례적으로 사용한다.
 
SAFE 투자를 하는 이유는 밸류를 모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신속한 투자 유치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속도가 주 무기인 초기 스타트업에게 좋은 방식이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 여부가 걸린 중요한 시간을 가시적인 매출을 높여 밸류를 높게 책정하는 데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따라서 SAFE는 VC와 스타트업 간에 신뢰를 표시하며 빠른 인재 투자를 하고자 할 때 선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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