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3. 05:15ㆍ비즈니스/헬스케어
2023년 12월 2일 프리디데이 X SNU MEDICINE 스타트업 데모데이 행사에 참관한 것에 대한 회고록을 적어 보려고 한다.
프리디데이는 디캠프(D.camp)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데모데이로, 12월의 디데이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SNU Medicine)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되었다. 최초의 의사 출신 VC로 알려진 IMM 인베스트먼트 문여정 상무님의 스타트업 강연 1시간 정도, 그리고 본선 진출한 5팀의 IR과 심사가 이루어졌다. 선정된 팀에게는 입주 공간, 최대 3억 원의 투자, 사업 협력 및 제휴 혜택이 주어진다고 한다.

IMM 인베스트먼트는 국내 Top 10 안에 드는 하우스 중 하나이다. 의료 쪽 기업으로는 셀트리온, 루닛 등에 투자하였으며, 직방, 무신사, 패스트파이브 등 아주 competitive한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한 VC이다. 특히 의사 출신 VC로서 루닛 투자 경험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셨는데, 2016년 Series A 때 기업가치 250억 원에서 3조까지 무려 10000% 이상의 성장률을 이끌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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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328130) - 매도 시점과 유무상증자 대처에 대한 회고
첫 투자를 시작할 때 여느 투자자가 그렇듯 나는 안전한 우량주부터 시작했다. 2021년 하반기 7만원대 초반에 샀던 삼성전자 주식이 나의 첫 투자였다. 하지만, 당시부터 2023년까지 꾸준한 하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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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정 상무님의 강연을 듣다 보니 초기 창업가로서 만나게 되는 엑셀러레이터 VC들과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엑셀러레이터들은, 적어도 내가 만나봤던 곳들은 100개의 회사에 투자하고 98개가 망해도 2개를 100배씩 성장시켜 2배의 수익을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에 돈을 주는 데에 관대하다. 대표의 역량이 검증되었다면 "이거 해보고 싶어? 그럼 돈 줄게~" 하시는 파트너님도 계셨다. 하지만 IMM같은 큰 하우스는 전혀 달랐다. 시드투자보다는 시리즈 투자 위주가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들어가는 돈의 액수 자체가 다르다. 까다로운 검증 과정은 물론 투자를 받고 나서도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 문여정 상무님의 경우 투자사 대표가 법인 돈으로 7000만원 이상의 지출을 하는 경우 전부 자신에게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한다. 꼭 7000만원인 이유는 그랜저 한 대 값이라서라고 하는데, 투자받은 돈이 허튼 곳에 쓰이지 않도록 그만큼 철저하고 까다롭게 관리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친 결과, 무려 97.3%의 포트폴리오 생존률을 보인다더라.
또한 의사 출신 창업가가 되고자 한다면 최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필드로 나오길 권하셨다. 전문의는 필수로 하고 의사과학자 과정도 밟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래야 Unmet Needs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Unmet needs, 혹은 미충족 수요란 해당 섹터의 내부자만이 느낄 수 있는, 현재 나와있는 솔루션들이 충족해 주지 못하는 gap을 말한다. 의사 출신이 아닌 사업가가 의사를 타깃으로 하는 사업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가, 이 unmet needs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는 해당 직군에서 직접 일을 해 보고 배워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단순이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겠다가 아니라, unmet needs를 파악하고, 그걸 해결하고자 하는 기가 막힌 솔루션을 들고 와야 투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의사 창업가에게 주셨던 또 하나의 조언은 시장을 잘 읽으라는 점인데, 어느 질환에 대한 솔루션에 focus 할 것인지는 데이터가 말해준다고 한다. 상무님께서 학생 때는 HBV(Hepatitis B Virus) 환자가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또한 감염병도 1900년대 초반까지는 주요한 cause of death였지만 페니실린을 필두로 한 항생제의 개발과 상하수도의 발전으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환자 수가 많이 감소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읽으면 어떤 질환에 focus해야 할지가 어느 정도 보일 거라고 하셨는데, unmet needs에 대한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았다.
2부 출전팀 IR에서 문여정 상무님이 말씀하셨던 "Unmet Needs"를 타깃하는 팀이 하나 있었다. Windpose라는 팀이었는데, 대표께서는 현장에서 외과의사 진료교수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었다. 수술할 때 메스로 절개 후 지혈하기 위한 도구로 전기소작기라고도 하는 보비(Bovie)를 사용하는데, 쉽게 말하면 출혈점을 태워서 피를 멈추게 하는 도구다. 문제는 이 태우는 과정에서 유해한 성분의 가스가 많이 배출되어 의료진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Windpose 팀에서는 유해한 연기를 빨아들여 액체와 기체를 동시에 빨아들이는 보비를 만들겠다고 했다. 수술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unmet need를 어떻게 알아내겠는가. 여기에 조금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보태, 빨아들인 기체의 성분을 전자코 등으로 분석하여 태우고 있는 조직이 암인지 정상 조직인지 구분하는 것도 연구중이라고 한다.
오늘 얻었던 중요한 교훈은, 의료진으로서의 경험은 헬스케어 창업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이며, 그 이유는 Unmet Needs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창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본업,즉 의학 공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Os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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