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빌 나이벨(Evel Knievel) 전략

2024. 1. 22. 23:53비즈니스/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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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빌 나이벨(1938-2007)은 미국의 전설적인 스턴트 배우였다. 그는 목숨을 건 화려한 오토바이 퍼포먼스로 유명했다. 이에 관하여 마케팅의 세계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에빌 나이벨 전략"이 있는데, 스턴트 배우와 마케팅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캐즘(Chasm)이란?

제프리 무어는 신기술 혹은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었을 때, 시장을 여러 개로 세분화하여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비전 프로(Vision Pro)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50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비전 프로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애플의 기술에 정말 관심히 많은, 소위 말하는 "덕후"이거나, 선진 기술을 남들보다 먼저 구매하고자 하거나, 아니면 순전히 돈이 많아서 구매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무어는 이들을 혁신가(innovator), 혹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or)라고 불렀다. 이들은 시장의 일부, 보통 15% 내외를 차지한다.



Early adoptor들 사이에서 좋은 상품 혹은 서비스라는 인식이 만연해진 뒤에는, 일반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구매하는 단계가 된다. 시장의 50% 정도가 구매하고 나면 early majority가 구매했다고 보는 것이다. 무어는 이때, early adoptor에서 ealry majority로 넘어가는 구간에 협곡, 혹은 캐즘(chasm)이 있다고 보았다.

비전 프로의 예시로 돌아가서, 500만원이라는 비용이 유지된다면 몇몇 애플 덕후들만 구매하고 끝날 것이다. 일반 대중에게 상품을 접근시키려면 가격을 낮추든, 성능을 압도적으로 올리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애플이 넘어야 할 캐즘인 것이다. 아이폰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터무니없는 가격의 프로토타입을 대중도 접근하기 쉬운 가격으로 바꾼 뒤에야, 즉 캐즘을 넘어선 뒤에야, 많은 수의 일반적인 대중이 사용하는 상품이 된 것이다.

무어는 이러한 캐즘이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지점이라고 여겼다. 혁신가들은 어느 산업에나 있지만, 이들이 구매해 준다는 것을 나의 상품의 PMF가 검증되었다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캐즘을 넘어서서, 덕후가 아닌 일반 대중이 구매할 만한 상품을 만드는 것은 또다른 혁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틈새시장

무어는 캐즘을 뛰어넘어 대중에게도 잘 팔리는 상품은 "틈새시장"을 잘 공략하는 상품이라고 보았다. 시장의 미충족된 수요를 잘 파악하여, 그곳을 공략하는 것이다.
또한, early adoptor와 달리 대중은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측정 및 예측 가능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제품을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빌 나이벨 전략

그런데, 일부 기업들 중에는 이러한 "캐즘"을 무시하고 곧바로 대중(majority)에게 접근하는 전략을 가진 곳들이 있다. 이를 에빌 나이벨(Evel Knievel) 전략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이들 중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이 있는데, 캐즘을 무시했는데도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에빌 나이벨은 snake river canyon이라는 협곡을 Skycycle X-2라는 로켓이 달린 오토바이로 뛰어넘는 스턴트를 선보인 적이 있다. 낙하산 오작동으로 묘기가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의 도전 정신을 기려 캐즘을 무시하고 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을 에빌 나이벨 전략이라고 이름지었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어의 전통적인 "틈새시장 모델"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 이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기술인 윈도우,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시장 개척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수요가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이 창출한 수요를 그대로 흡수한 기업이다. 윈도우는 매킨토시가 창출한 수요를 흡수했고, 익스플로러는 넷스케이프가 창출한 수요를 흡수했다. 무어는 이들의 성공을 "신들에게 불을 붙여 인간에게 건넨 프로메테우스 같은 행동"이라고 비유하였다.

에빌 나이벨 전략은 first penguin 전략보다는 fast follower 전략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의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이 창출한 수요를 흡수했다고 해서 혁신성이 부족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발생한 수요를 빠르게 캐치하고, 이에 맞는 기술을 개발한 뒤, 론칭하여 최초 상품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전략으로 자신의 섹터에서 이미 우위를 선점해 버려, 신생 기업이 캐즘을 넘을 문조차 막아버렸다.

에빌 나이벨 전략은 마케팅에 있어 캐즘을 무시하고 시장에 이미 형성된 수요를 파악하고 직진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초기 플레이어와 겨룰 수 있는 기술력과 빠른 속도가 무지 중요하다.

Os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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