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서 집착과 사랑의 차이

2023. 12. 26. 16:48비즈니스/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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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과 사랑의 차이

집착과 사랑의 차이는 뭘까? 연인 사이 자주 일어나는 논쟁의 하나다. 나는 상대방을 너무 사랑해서 한 행동인데, 상대방은 내가 그를 구속한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집착해야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과도한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창업에서 "집착"은 좋은 것일까

선배 심사역에게서, 창업자와 회사 간에도 집착과 사랑의 관계가 가끔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집착"이라는 단어가 아주 긍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고객에 집착해라"라는 구절만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선배는 집착하는 창업자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 창업자는 일에 집착하지 않고 일을 사랑한다고 한다. 이런 선배의 시각은 내게 새롭고 낮설게 다가왔다.
 
나는 80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120의 목표를 세워,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어찌저찌 100의 성과를 거두어 성장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훌륭할 수 있지만, 길게 봤을 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선배의 생각이었다. 높은 목표나 원대한 비전을 갖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에 집착하다 보면 번아웃이 올 수 있으며 나의 일을 사랑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선배가 생각하는 좋은 창업자는, 80의 능력이 있다면 100을 발휘하지 않아도 좋으니, 80의 능력을 매일매일 꾸준히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가 단기 프로젝트만 하는 것은 아니며, 위대한 기업은 5년,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빳사나

선배도 예전에 창업을 하셨었는데, 스스로를 옥죄어 KPI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무지 받아 체중도 엄청 줄고 힘들었다고 한다. 창업을 정리하고 투자 심사역으로 들어와 한 일은, 너무 일에 집착하지 않는 연습이었는데, 이를 위해 "위빳사나" 라는 명상 방법을 사용하셨다. 위빳사나는 "있는 그대로 본다" 라는 뜻으로,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사용한 명상 방법인데, 음악이나 시각 자료 같은 것 없이, 오로지 몸에만 집중하여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한다. 무려 10일 간 지속되는 고강도의 명상 훈련은, 이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쳐 지금도 명상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얻은 깨달음은 집착과 사랑의 차이이다. 선배는 "매일매일 명상을 하는 것도 일종의 집착 아닌가?" 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집착과 사랑을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한다. 내가 그것을 멈추었을 때 불행해진다면 집착이고, 불행해지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라고 한다. 명상은 멈추어도 불행해지지 않는다. 운동도 멈추어도 불행해지지 않는다. 반면 시험에서 1등을 하겠다는 목표는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불행해지고, 술, 마약, 담배, 게임 등 의존성이 강한 것들도 멈추면 불행해진다. 그래서 선배는 하루의 루틴을 세울 때, 시작하기 싫은 일을 한 두 개 억지로 끼워넣는다고 한다. 운동은 시작하고 나면 쉽지만 시작하기 귀찮은 경우가 많다. 이것에 익숙해져 루틴이 되면, 집착이 아니라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
 
창업자가 가질 수 있는 좋은 역량 중 "목표에 대한 집착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추진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창업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을 하는 것인 만큼, 추진력도 좋지만 끈질기고 묵묵히 나아가는 능력도 창업자의 중요한 역량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목표에 집착하는 창업자가 아니라 나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창업자가 되고 싶다.
 
Os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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