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을 읽고

2024. 5. 12. 03:46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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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 (전영수, 2024.03.)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위협은 인구 구조이다. 매년 신기록을 깨는 합계출산율 수치를 보고, 이제는 어느 정도 포기한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한국의 출산율을 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와 문화, 그리고 담론이 얽혀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 이렇듯, 정부, 언론, 연구기관을 막론하고 한국의 확정적인 인구 감소세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탈출해야 할 가라앉는 배인가? 「인구 감소, 부의 대전환」은 인구 감소 자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한국이 가라앉지 않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의 전영수 교수님께서 지으신 책이다. 특히 인구 통계에 대한 사회 변화를 주로 연구하셨으며, 기존에 저술하신 책들 중에도 인구 관련된 것이 많다. 나도 이 책을 골랐을 때, 줄어드는 인구에 대한 대응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고, 산업은 어떤 트렌드로 변화할지 궁금하여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는 기대 이하였던 부분이 많다. 경영서가 아닌 수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쓸모없는 비유로 내용 대부분이 점철되어 있어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본 책의 요약본만 읽어도 중요한 내용은 충분히 얻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뒤의 배운 점과 내가 느꼈던 점을 본 포스팅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구 감소의 현실과 기회

본 책의 저자는 앞서 말했듯 인구 감소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에서 확실하며, 인구 감소에 대응할 산업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 F(L, K)의 공식으로 정의되는 성장이 불가능해진다. (L = 노동, K = 자본) 우리나라의 고성장 시기에는 L이 충분했기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L이 적어질 것이다. 즉, 고성장을 포기해야 한다.
  • 청년층이 새로운 소비주체가 아니게 될 수 있다. 1960년대생과 1970년대생을 합치면 1900만명으로, 한국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앞으로 10년간은 새로운 소비주체로 1960년대생이 지고 1970년대생이 뜰 것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황금기를 살아왔기 때문에 돈이 많을 것이고, 절대적인 수(900만)도 많아 소비의 트렌드를 이끌 수도 있다. 이들은 1960년대생보다 교육 수준이 높으며 고성장기와 IMF, 2000년대를 모두 경험했다.
  • 도시 구조가 바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아파트 단지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새로운 집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물론, 1인 가구가 늘어나긴 할 것이지만, 내집 마련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어떻게 잘 이용해야 할까?

  • 모객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인구 수가 줄어드는 것은 영업비용이 예전만큼의 return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신시장 개척보다는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이 파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영업비용을 줄이고, 서비스를 커스터마이제이션하는 "집토끼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리스크는 좀 더 크겠지만,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 세대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 젊음 = 성장, 늙음 = 피부양 의 이분법적인 틀을 깨야 한다. 젋은 층이 아니라 1970년대생들이 사회의 성장 엔진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1970년대생이 1990~2000년대생보다 인구 수, 자산 소득이 월등히 많아 구매력이 훨씬 크며, 곧 정년도 연장될 조짐이다. 이들을 축소 시장의 주요한 타겟 고객으로 생각해야 한다.
  • 도시 문제를 해결하도록 아파트를 재구성해야 한다. 저자는 "건물 자체의 수직 도시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저층을 공공 공간, 고층을 상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이동을 전제로 했던 가족일을 가성비 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인구가 증가하는 고성장기에는 원도심에 인구가 몰려 점점 도심이 확장되는 형태로 도시가 발전했지만, 인구가 감소할 때는 오히려 원도심을 콤팩트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도쿄의 미드타운 야에스 등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노동 부족의 해결

인구 감소의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사회가 가난해지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인구는 줄어들지만, 돈을 쓰는 인구가 많아진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 생산가능인구를 "영끌" 하자. 즉 비경제활동인구 중 근로의사가 있는 사람을 최대한 경제활동인구로 만들 생각을 하자.
  2. 정년을 연장하자.
  3. 생산 현장을 자동화하자. (인공지능, 로봇 등)
  4. 생산 현장에 이민을 확대하자.
  5. 후속 시대의 출생 반전을 유도할 방법을 찾자.

이 중 저자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4번이라고 한다. 정책 편의성이 높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인구 감소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기존 이민정책의 효과와 동일할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노동이 들어가는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고속 성장 시대에는 전통적인 제조업, 집중 수출, 대기업을 통한 경제의 추진이 주를 이루었지만, 노동자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비스 + 첨단 제조 등 지식 기반 산업, 다변화된 수출 및 내수 집중, 그리고 대기업이 아닌 유니콘 위주의 경제 추진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람 수가 부족하니,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일당 백"을 하자는 전략이다.
 

10대 인구 트렌드

저자는 미래 인구의 10대 트렌드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1. 인생 득도: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포기, 헝그리 정신의 소멸, 눈앞의 확정적 이익을 미래의 기대 편익보다 선호
  2. 유연 직장: 종신 고용의 소멸,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다는 상식의 확산, 연령별 차등 대우 축소
  3. 비용 압박: 인생 비용의 급격한 상승, 결혼비용 상승, 1인화 가속
  4. 모계 사회: 잘 교육받은 고학력 + 부유한 여성 계층이 등장
  5. 남성 약화: 권위적인 중년 가장의 덧없음 확산,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 변화
  6. 평생 싱글: 생애 미혼의 증가, 전통적인 가족 분화의 거부
  7. 노후 대비: 가족의 와해로 자녀에게 의존 감소, 노후 준비를 스스로 진행
  8. 은퇴 반발: 나이를 이유로 퇴장하는 전통적인 관행이 사라질 것
  9. 도시 집중: 청년층, 고령층 모두 수도권을 선호
  10. 노인 표류: 노인층의 증가로 방황하는 노인 증가, 사회 갈등 심화

인구 감소 시대의 대한민국은 이전에는 통했던 많은 것들이 통하지 않는 어려운 세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훨씬 전략적으로 미래에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서, 노동 집약적이지 않은 지식 기반의 비즈니스가 인구 감소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형태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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